언론보도

'친일파 집 앞에 단죄비(斷罪碑) 세워라'(2021년)

작성자
pchseon
작성일
2024-11-13 06:55
조회
52
부천매일 : http://www.bcmaeil.com/bcmaeil/news.html?news_num=12233

 

'친일파 집 앞에 단죄비(斷罪碑) 세워라'

부천민족문제연구소, '친일파 집 경기도문화재 지정 건의 요구'에 일침 / 친일인명사전 유일한 부천 출신 두명 중 한명의 집



역곡지구 개발을 앞두고 고택을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부천민족문제연구소가 일침을 날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부천시에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친일파가 단 두명으로, 이중 한명이 해당 고택의 주인이었던 친일파 박제봉이며, 그 후손들이 현재 개발을 앞두고 해당 집은 경기도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에 나서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며 오늘(2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친일파 집 앞에 '단죄비(斷罪碑)'를 세우고 부천시는 시민들의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고택의 문화재 지정 요구는 가옥의 주인뿐만 아니라 부천 역곡지구 지주 협의.대책위원회와 부천시자연보호협의회까지 나서 고택의 문화재 지정 요구를 거들면서 일각의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부천민족문제연구소의 성명서 전문이다.

부천시는 친일파 박제봉의 집 앞에 단죄비(斷罪碑)를 세우고
시민들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 부천시에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친일파가 두 명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벌응절리(현, 역곡1동) 165번지에서 출생한 박제봉(朴濟鳳, 1892-1964)이다. 박제봉은 1916년 경성 수하동공립보통학교 부훈도를 시작으로 여러 학교의 훈도를 거쳐 1927년 경성상업학교에서 교유를 역임하였다. 1928년에는 직업을 바꾸어 1939년까지 조선총독부 학무국 학무과에서 촉탁을 지냈다. 학무국은 1919년부터 조선총독부가의 교육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구이며, 촉탁으로 있는 1937년 8월에는 국방헌금 명목으로 조선총독부 학무국 문서과에 1000원을 헌납하였다. 1939년 11월에는 조선유도연합회(朝鮮儒道聯合會) 참사를 그리고 1941년과 1942년에는 조선총독부 직속기구인 경학원 사성(司成)을 지냈다.

박제봉의 일생을 요약해 보면 교육자로서 또는 유학자로서 당대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방기하고 일제에 적극 조력하였으며, 심지어 친일 찬양까지 한 것이다. ‘내선일체·황국신민화·대동아성전’ 등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합리화하는 주장을 선전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죽성제봉(竹城濟鳳)으로 창씨개명을 한 박제봉은 1941년 10월 17일부터 11월 4일까지 일본의 이세신궁(伊勢神宮)과 메이지신궁(明治神宮) 등을 순례한 후, 아래와 같은 감상문을 남겼다.

“저는 이세신궁 신 앞에 배례하며 황국신민의 선서를 소리 높여 제창했는데, 지금까지도 가슴이 뛸 정도로 감동이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황국신민이 되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47년 전, 즉 일청전쟁부터라도 생각합니다. 이로부터 일로전쟁 후에는 메이지천황의 은덕이 더욱더 반도(半島)에 미쳐 결국은 한국을 병합하게 되어 완전한 황국신민이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조선총독부 제7대 미나미(南次郞)총독과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오노(대야綠一郞)가 퇴임할 때 칭송하는 전별시(餞別時)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런 친일 행적이 뚜렷한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던 집을, 후손들이 경기도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움직임이 있어 논쟁이 대상이 되고 있다.

128년 된 고택이 조선 말기의 건축형식과 기법을 잘 나타내 학술적·역사적·건축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고택을 평가함에 있어 역사와 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누가 이 집에 살았는지도 중요하다. 고택은 절대 집주인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박제봉의 고택에 건축학적 의미와 역사뿐만 아니라 박제봉의 친일 행적을 함께 알려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담는 것이다.

문화재 지정은 국민의 세금으로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된 백인제 가옥은 친일파 한상룡이 지은 집이며, 전북 부안군 줄포면에 있는 김상만 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 제 150호로 지정되었다. 이들 문화재에 친일파와 관련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부천은 이와 같은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박제봉의 집 앞에 단죄비(斷罪碑)를 세우고 이 땅에 친일파와 같은 부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우고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기억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홀로코스트 기념관, 남아공 넬슨 만델라의 감옥이 있는 로벤섬, 난징대학살기념관 등을 국가적으로 보존하면서 다시는 어두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활용하고 있는 다크 투어(dark tour)가 대세인 것처럼 부천시도 박제봉 고택을 친일잔재의 문화재로 활용해야 한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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